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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영웅 Class 1 리뷰 (외로움, 우정, 액션)

by 영재(영화를 더 재미나게) 2026. 4. 27.

학폭 드라마라고 해서 당연히 힘센 애가 이긴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시작 5분 만에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왜소한 전교 1등이 깡패 여러 명을 한 번에 제압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이게 단순한 통쾌함이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단 하루 만에 전 회차를 정주행 해버렸습니다.

시원하다고만 느꼈다면, 다시 보십시오

약한 영웅 Class 1에서 주인공 연시은이 싸우는 방식은 일반적인 액션 드라마와 다릅니다. 뉴턴 제2법칙(F=ma), 즉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라는 물리 공식을 실제 타격에 적용합니다. 여기서 뉴턴 제2법칙이란 물체에 가해지는 힘이 클수록, 그리고 움직임이 빠를수록 충격량이 커진다는 원리입니다. 시은은 이 계산을 실시간으로 해내며 원심력을 이용한 도구 타격, 반사각을 계산한 당구, 파블로프식 조건 형성으로 상대를 제압합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란 특정 자극이 반복될 때 그에 대한 반응이 무의식적으로 고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은은 이 원리를 영빈 패거리에게 그대로 적용해 공포를 학습시킵니다. 이 장면은 솔직히 보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단순히 때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설계해서 무너뜨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통쾌함보다 먼저 다른 감정이 왔습니다. 공부만 잘하면 될 아이가 왜 물리 법칙으로 사람을 쓰러뜨리는 법까지 익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와, 시원하다"라고 느끼면서도 어딘가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드라마가 정직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학교폭력 드라마는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그다음 단계를 다룹니다. 학교폭력에 관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피해 학생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방어 기제를 발달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됩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시은의 냉정함과 계산적인 태도는 단순히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혼자 버텨온 결과였다는 점에서 이 지적이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우정이 시작되면서 진짜 드라마가 됩니다

안수호와 오범석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작품은 솔직히 조금 차갑습니다. 혼자 삼각김밥을 먹고, 혼자 새벽까지 공부하고,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은의 일상은 통쾌하기보다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이 "통쾌함"이 아니라 "외로움"이었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수호는 MMA 고수입니다. MMA(Mixed Martial Arts)란 타격기와 레슬링, 유도 등 여러 격투 기술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격투 스포츠를 의미합니다. 수호는 이 실전 격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밤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입니다. 범석은 국회의원 아버지를 두고 있지만 협박에 흔들리고 눈치를 보며 살아갑니다. 시은은 차갑고 계산적이지만 결국 친구를 버리지 못합니다.

셋이 처음으로 같이 고깃집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생각보다 오래 멈췄습니다. 늘 혼자 차가운 삼각김밥을 먹던 시은이 처음으로 다른 온도의 저녁을 경험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이 액션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학폭물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버티는 세 사람이 처음으로 서로의 편이 되는 과정이 이 작품의 실제 중심입니다. 시은, 수호, 범석을 각각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연시은: 냉정한 머리로 버티는 아이. 감정을 닫아놓고 혼자 해결해 온 시간이 너무 깁니다.
  • 안수호: 몸으로 버티는 아이. 밤새 알바를 뛰면서도 친구 앞에서 제일 먼저 몸을 던집니다.
  • 오범석: 불안 속에서 버티는 아이. 약하지만 끝까지 도망치지 않으려 합니다.

이 조합이 작동하는 이유는 셋이 각자의 약점을 서로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게 이 드라마의 연출력입니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되어 단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의 완성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통쾌함이 끝나도 불편함이 남는 이유

후반부에서 길수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확 달라집니다. 영빈이나 석태까지는 그래도 학교 안의 폭력이었는데, 길수부터는 도박 사이트 운영, 강제 대출, 칼을 이용한 협박까지 들어옵니다. 이때부터 저는 "현실이 이쪽에 더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이 일진들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 성인 범죄와 연결되는 구조가 더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연결 고리를 꽤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후반부로 갈수록 보스전이 이어지는 게임 구조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학폭 드라마가 아니라 범죄 액션물이 되어버렸다"라고 느끼실 수도 있고, 그 비판도 타당하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 어른들이 너무 기능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선생은 개입을 못 하고, 경찰은 결정적 순간에 돌아가고, 부모는 거의 부재합니다. 물론 그 구조 자체가 이 작품의 주제이긴 합니다. 아이들이 어른 없이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너무 일관되게 어른이 무력하다 보니, 어딘가 장치처럼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부분이 조금만 달랐어도 드라마의 현실감이 더 높아졌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시은이 처음으로 웃는 장면, 수호가 이유 없이 먼저 몸을 던지는 장면, 범석이 아버지 사무실에서 비싼 시계를 훔쳐서라도 친구를 구하려는 장면.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싸움이 아니라 "누가 내 편이냐"는 질문에서 나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쯤 정주행 해보시길 권합니다. 단, 통쾌함만 기대하고 보시면 중간에 조금 불편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 불편함까지 같이 가져가는 게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웨이브에서 시즌 1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Qj6HB_pV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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